청이 한창 중뽕 풀발기 상태로 태평성대를 누리며 단잠을 자고 있을 무렵, 그들이 오랑캐로 취급하던 유럽에선 「산업 혁명」이 일어났다.
그들은 엄청난 개고생을 했지만 그 덕분에 봉건 사회에서 탈피, 산업 사회로 나아가게 되었고 그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듣도 보도 못한 어떤 대륙에선 한 신생국이 탄생하는등 세상이 한창 급변하던 시기.
화신은 세계가 한창 뒤바뀌고 있던 1750년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때부터 똑똑하여 티베트어, 중국어, 만주어, 몽골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했으며 특히 얼굴이 절세의 미남으로 유명했던 화신은
당시 60을 바라보던 황제 건륭제의 눈에 띄게 되었고 능력, 특히 잘생긴 외모 덕분에 황제의 총애를 받게 된다.
황제 버프를 받은 화신은 1769년 겨우 20살의 나이에 3등경기도위에 올랐다가 1771년에 3등시위가 된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으며 1776년에는 군기대신을 거쳐 호부상서, 의정대신의 자리까지 오르는등 승승장구했다
열하일기의 저자 박지원은 청나라를 여행하는 도중 우연히 화신을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화신을 평가하길 「화신은 얼굴은 잘생겼으나 인성은 쓰레기다」라고 했다고 한다.
후로도 화신은 태자태보, 백작, 공작등의 고위직을 두루 거쳤다
원래라면 황궁인 자금성 안에선 그 누구도 말을 타는건 불법이였으나 화신만은 예외였다. 이렇듯 화신에 대한 건륭제의 신임은 매우 높았는데
오늘날엔 화신과 건륭제와의 관계를 동성애로 보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건륭제가 동성만 좋아하는게 아니니 엄밀히 말하면 양성애지만...
화신은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얻은, 그리고 세무감독 등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뇌물을 모으기 시작한다.
각지의 지방 관리들에게 뇌물을 요구하였고 뇌물을 받은 화신은 죄를 진 지방 관리들에게 일정의 금액을 지불하면 면벌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재산을 늘려 갔다. 화신에게 뇌물을 바치는게 불법이 아닌 일종의 관례가 되어갔고
화신과 그의 패거리들은 엄청난 부정부패 축제를 벌이기 시작 제국은 서서히 붕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국의 국고는 하향 곡선을 그리며 , 점점 가난해 지기 시작했고
18세기가 저물어 갈 무렵인 1796년 백련교도의 난이 터지면서 제국은 본격적으로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되었는데
반란군을 진압하는데 쓰일 군사비조차 절반 이상이 이 인간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버린다.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도 방산 비리는 중죄인데 전시 상황에 이 짓을...
새로운 황제로 즉위한 건륭제의 아들 가경제는 화신의 막장짓을 눈치까고 그를 파직하려 했으나 상황인 건륭제의 실드로 화신은 여전히 권세를 누렸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의 막장짓은 1799년 상황인 건륭제가 승하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화신을 벼르고 있던 가경제는 화신을 고립시키기 시작하였는데 먼저 건륭제의 국상을 책임지는 장의도감으로 삼았다가 곧 파직하고 20개의 죄목을 발표했다.
가경제는 자신이 황태자일 때 화신이 가경제가 후계자라고 누설한 죄, 무엄하게 가마를 타고 궁에 들어온 죄, 건륭제가 병환에 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한 죄, 부정부패를 야기한 죄 등도 포함, 화신의 가족을 모두 잡아들였다.
가경제는 화신에게 능지형을 내리려 하였으나 형량을 낮추어 화신을 자결케 하니, 그때 화신의 나이 50세였다.
그가 부정부패를 통해 불린 재산을 압류한 가경제는 깜짝 놀라 한동안 어쩔 줄 몰라했다. 압류한 그의 재산은...
청제국 12년간 재정수입의 총액과 맞먹을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넓고 재정수입이 많았던 제국의 12년치 재정수입이라... 그걸 관리 하나가 꿀꺽한 것이다.
화신이 축적하고 있던 재산은
오늘날 기준으로 환산하면 어느 정도였을까?
태평성대였던 건륭제 시기 매년 세수입은 7000만 량이었다. 화신의 재산은 당시 청조 정부의 12년간의 국고 수입과 맞먹는 액수였던 것이다. 당시 백은의 가치를 현재의 가치로 추산하면 66조 원에 달하는 정도라고 하니
이는 페이스북 회장인 마크 저커버그의 재산(약 51조 정도로 추산)을 아득히 앞지른다. 관리 하나가 꿀꺽한 금액이 세계적인 기업 회장 전재산보다 많음.
화신이 이 뉴스를 본다면 코웃음을 치지 않을까?
병신들 ㅋㅋ 난 혼자 66조 해먹었는데
이후 청은 점점 쇠퇴해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산업 혁명을 계기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서구 세력
하지만 청은 여전히 서양을 소국 오랑캐라고 생각하며 무시했고
이는 넘치는 혈기를 주체할 수 없었던 서양 열강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청을 노골적으로 침략하기 시작했고
결국 중국 대륙은 열강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리고 만다.
카리스마 넘치는 일진에서 찐따로 전락해버린 청제국.
같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보낸 시간은 너무나도 달랐던 두 세력. 두 세력의 격차는 점점 좁혀, 아니 역전했고
그렇게 청은 되돌아갈 수 없는 운명의 강을 건너고 말았다.
3줄 요약
남을 함부로 무시하지 말자.
욕심을 부리지 말자.
시간을 잘 보내자.